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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비건 레시피

어쩌다 비건: 나의 채식 연대기

어쩌다 비건: 나의 채식 연대기

시작은 저절로
채식을 특별한 계기로 시작하지 않았다.
혀가 느끼는 예민함과 소화능력이 변했을뿐.
언젠가부터 크림의 풍부한 맛과 버터의 향이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졌고 고기를 거뜬히 소화하기 어려워졌다. 유학은 여러모로 큰 전환의 기회였다. 스스로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본격적으로 찾아가도 인생이 피곤해지지 않는다는 걸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점점 알게되었다.

바쁜 일상과 채식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나의 하루는 매일매일 길었다. 아침 8시부터 시작되는 세미나, 이후 이어지는 강의와 실험, 밤 9-10시까지 이어지는 자습. 어떻게 하면 밥을 잘 챙겨먹고 다닐지 고민이 많았다.

'준비시간은 짧아야하고, 싸가지고 다니기에 불편함이 없는, 맛있고도 저렴한 음식'이 도대체 무엇인지 몰랐다.

한끼는 집에서 싸온 샐러드나 빵,
나머지 한끼는 학생식당과 카페테리아에서 채식 메뉴를 사먹었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말에는 매운 고추가루, 마늘, 양파가 반드시 포함된 재료를 기름에 볶아서 먹곤했다.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언어, 문화 등
뭐하나 익숙한 것이 없는 타국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주말마다 자극적인 음식을 해먹으면서 풀었던 것 같다.

관점의 변화
온라인 학기가 계속되면서 식사 대부분을 집에서 먹게 된다. 사람들과의 대면하고 부딪힐 일이 줄어들다보니 너무 작게 속삭여서 왠만하면 놓치곤했었던 내 마음 속 이야기, 질문들이 고개를 든다.
물음 하나하나를 마음에 담아 오래동안 고민하면 마치 땅에 묻어놓은 장독대 안의 김치가 맛의 깊이를 더해가듯 질문은 형태를 조금씩 달리하며 깊어진다. 나에 대해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마음이 예전보다 넓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몸의 변화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했던가.
마음의 변화에 발맞추어 몸이 더욱 예민하게 반응한다. 언제부터인가 식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않아 몸 안에서 뭔가 치솟는 듯한 느낌을 받기 시작했다. 장에서 위로 무엇인가 솟구치는 듯 하다가 몸 전체의 온도가 올라간다.

처음에는 '여름이라 열이 오르나' 하고 말았는데,마늘이나 양파 같은 특정 식재료를 먹었을 때 보다 격렬한 반응을 보임을 알게되었다.


어떻게 먹을 것인가?
언젠가 절에서 수행하는 분들이 '오행채'를 먹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던게 기억났다.
사찰음식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최근 넷플릭스 요리 다큐멘터리로 화제가 되신 정관스님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마음에 와닿았다.

  일미: 법의 맛과
음식의 맛은 같다

  

자기를 발견하기 위한 여행, 곧 수행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면 자유로움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있다는 스님의 말씀에 배고픔을 면하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먹을거리를 찾았던 스스로를 돌아보게되었다.

유치원생 시절부터
'농부아저씨의 수고에 감사하며 먹어라'는 말을 들었다.
그때는 어려서인지 그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음식이 모든 것을 통찰한다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 자연과 사람이 들인 수고를 떠올려보며
사람 속의 나,
자연 속의 나,
나와 우리의 관계를 되짚어본다.



mindful eating
맛과 몸, 마음이 모두 하나가 되게끔 나 자신을 더 아껴주는 식사를 해야겠다. 식재료에 대한 이해와 음식을 대하는 태도도 계속 배워가고 싶다.
채식은 적어도 나에게는 스스로의 몸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필요를 채워주는 일련의 과정이고 수행이며 스스로를 아껴주는 행동이다.

참고영상: <셰프의 테이블> 예고편
https://www.youtube.com/watch?v=J0kmDQ0hY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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