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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약방

[처방약] 자존심 스크래치 연고

[처방약]  스크래치자존심에 바르는 연고

 

개인적인 이야기

독일대학에서 보냈던 첫 1년,
가장 많이 고군분투했던 시절로 기억한다.

수업에서는 티가 별로 안 났지만

다른 학생들과 협업을 해야하는 실험시간에

총알쏘듯 빠르게만 들렸던
조교의 설명을 한 번에 못 알아듣고,

질문에 대한 답변도,
어떤 의견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했
나는
어느순간부터 몇몇 아이들에게
'바보' 취급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비주류로 살아본적은 없었다

인종이나 문화로 구분했을 때
인생의 대부분을 주류로 살
아왔어서인지

이역만리 타국에서 말도 행동도 어눌한
외국인/비주류/소수자로서

모든 것을 0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만 하는 상황이

낯설게만 느껴졌던 시절.
이미 지나간 일이라지만
잊기 어려운 경험이다.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밤에 집에 오면

그동안 내가 '나'라고 생각해온 자아이미지

산산조각이 나 있는 모습을 발견하곤 했는데,

왠지 모르게 섭섭하고 답답해서

그저 멍하니 이런 내 마음을 바라보기만 했다.

나라고 오래동안 생각해온 사람의 모습,
'자아이미지'가 와장장 깨지면서

충격을 꽤나 받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다행인건
멘탈을 뒤흔들어 놓는 상황을 통해
'나는 도대체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묻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자존심에 상처 입으면
곧잘 이를 부득부득 갈며
독함과 오기를 동력원으로 삼곤 했는데,
어째서인지 이 때는
예전과 다른 선택을 했다.
고통이 발생한 근원지,
'자존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1. 시간의 변화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모든 시간이 하나의 축 위에 존재한다고.

즉 과거, 현재, 미래의 내가
모두 한 축 위에,
즉 동시에 존재한다면

과연 이 중 어떤 모습을 '나'로 봐야할까?

 

2. 상황/문화

한국에서 한때 유능하고
어딘가 고상해보이기까지했던 '나'

'독일약대 1학기 실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소위 '바보'가 되었다.
유능하고 고상한 사람,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먹는 바보
이 가운데 진짜 '나'
누구지?

 

 

3. 결론

한 사람을 하나의 '이미지'
규정하려 드는 시도는 어리석다.

인간의 존재는 다면적일 뿐더러,

끊임없이 성장하고
고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라고 생각하는
그 어떠한 상도
결국 한낱 이미지에 불과하다.


하나의 이미지와 스스로의 존재를
오랜 시간 자신과 동일시해왔던
자아이미지 혹은 페르소나가
다른 사람에 의해
손상될 때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고 표현한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스크래치가 나는 대상이
실제 내 존재가 아닌
한낱 이미지,
과거, 현재, 미래,
셀수없이 다양한 상황에서 습득될수있는
나의 수많은 페르소나 중 하나일 뿐이라는
.


나라는 실재는
지금도 들숨과 날숨을 통해
몸을 오가는 어떠한 '상태
'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한함을 품고있다.

한 사람 안에 깃든 무한함을
미처 알
아보지 못한
누군가의 평가와 시선이
중요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연고 바르는 법
통증이 느껴질 때마다,
나와 타인의 무한함,
즉 별거 아닌것같아 보이는 모습 뒤에 숨겨진
수없이 많은 가능성을 알아차리고
존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유통기한
없음. 오염걱정도 없어요.
남은 연고는 필요한 분께 나눔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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