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강아지가 있었다.
이 강아지는 다른 강아지와 싸우기보다
사랑을 받고 나누는 걸 좋아했다.

강아지는 엄마개, 아빠개와 함께
어느 야트막한 언덕에 살았다.
언덕 아래에는 큰 투견장이 있었는데,
싸움에서 이긴 힘세고 똑똑한 강아지를
사람들이 데려갔다.
엄마개 아빠개는
투견장에서 강아지가
훌륭한 개로 자라날거라 굳게 믿었다.
투견장의 차가운 공기는
강아지를 조금씩 병들게했지만,
투견장에서 싸우지않고
훌륭한 개로 자라나는 방법을
강아지도, 엄마개, 아빠개도 몰랐기 때문에,
긴 목줄에 매인 강아지가
투견장에 질질 끌려가는 모습을
매일 가만히 지켜보았다.

언젠가부터 강아지는
더이상 싸울 수 없을 만큼 아프게 되었다.
아픈 몸으로는 매일 투견장의 매서운 공기를
견디며 싸울 수 없었다.
마음 또한 몸이 병들면서
빠르게 원래의 힘을 잃어갔다.
마음이 남은 힘을 모두 잃어버리기 전에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을 것 같아'하고
스스로에게 나지막이 말한 강아지는
터벅터벅 투견장에서 걸어나왔다.
엄마 아빠개는 원래 강아지의 삶은 다 힘든거라고,
다른 강아지들도 다 너처럼 산다며
강아지를 다시 투견장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강아지는 자기를 말리는 엄마 아빠를 뒤로 하고
짐을 챙겨서 길을 떠났다.
강아지가 투견장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아주 어렸을 때
'훌륭한 어른이 되는 다른 길이 있다'고 속삭여준
밤하늘 별님의 목소리가 기억났기 때문이다.

강아지는 굽이굽이 진 계곡과
뾰족뾰족한 돌산을 지났다.
길이 나지 않은 산과 들을 헤치고 나갈 때
다리를 오들오들 떨만큼 두려웠고,
길에서 만난 친구들과 헤어질 때면
몇날 몇일을 울기도 했다.
여행길에서 강아지의 몸과 마음은
조금씩 자라갔다.

긴 시간이 지나고
큰 투견장은 코빼기도 찾아볼수없는
초록색 언덕에 도착했다.
강아지는 처음에 마냥 기뻤지만,
투견으로 오래동안 살면서
몸과 마음에 저절로 스며든 습관과 익숙한 감정이 강아지를 괴롭게 했다.
괴로웠던 강아지는 모든 것을 멈추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훌륭한 어른은 어떤 개여야하는가 하고
마음에게 묻기 시작했다.
훌륭한 개가 되어가는 강아지만의 진짜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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