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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약대공부

학교를 그만 둬야 할까요? 독일 유학 슬럼프

학교를 그만둬야 할까요? 독일 유학 슬럼프

1. 포스팅하는 이유


유학길에 올랐을 때만 해도 자신만만했던 스스로가 기억난다. 나름의 우여곡절을 견뎌오며 20대 초반을 보냈고 힘든 상황도 버틸 수 있는 내면의 근육이 붙었다고 믿었다.  이번 주말 우연히 독일유학을 중도포기할까 고민하시는 분의 글을 읽고 나서, 블로그에 긍정으로 가득한 응원글뿐 아니라 찌질하게 버텼던 이야기도 올려야 한다는 나름의 책임감이 들었다.  이 포스팅이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기록 중 하나에 불과함을 잘 안다. 그래도 독일에서 삶의 어려운 시기를 맞닥뜨린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타자를 두드린다. 

 

2. 나의 기록


슬럼프는 2년 주기로 왔는데 (4학기, 8학기), 돌아보면 1/2차 국가고시까지 달려오느라 진이 빠졌고 심적 부담이 컸던듯. 막학기에 쓴 일기 한 조각을 공유한다 (비문주의)

일 생활이 지긋지긋하고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이런 태도에 머물러있으면 자기 발전이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슬럼프가 오는 건 당연하고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데, 잘 다루면 한 단계 점프하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여러모로 많이 지쳐있었다. 지친 마음을 방치하고 계속 살다 보니 이 마음을 알아달라고 유쾌하지 않은 일들이 계속 생겼을지도. 어디 가서 누굴 만나든 마음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사람들과 지내는게 편할리 없다. 부글부글 끓어오는 마음을 안 들키고 감추려고 노력만 했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매일매일 해내야 하는 일들이 쏟아지다 보니 숨을 깊이 쉬며 재정비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도 한 몫했다.
학교스케줄이 겁나 빡센데,  마음 터놓을 데도 없고, 깊이 있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치열하게 에고게임하는 사람들 앞에서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연기하기도 지겨웠다. 인류애는 점점 사라지고, 여기서 이러고 왜 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예전처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사는 게 잘 안 돼서, "에너지가 전환되는 시기임을 직감"했지만, 방법을 몰라서 지지부진하다 보니 거의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
슬럼프를 어두운 강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태에 비유해 보자면 여기에는 어떠한 빛도 없고, 길도 없다. 그래도 책임감은 있어서 원래 하던 일, 공부는 겨우겨우 따라가는 수준으로 계속했다. (중략)

 

3. 힘든 시기를 지나온 방법


사람마다 맞는 방법이 있겠지만, 나는 명상과 글쓰기로 스스로를 다잡았다. 명상, 글쓰기라고 하면 거창하게 들릴지 수 있겠지만, 결국 조용히 나 자신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 외면했던 감정을 마주하고 주절주절 일기를 썼다는 얘기다. 내가 왜 힘들었는지 알아채고 감정을 언어화해 쏟아내면 답답하기만 했던 마음 한편도 후련해질 뿐 아니라 쪼그라들었던 용기도 찬찬히 기지개를 켠다. 

명상과 글쓰기가 별 효과 없을 만큼 슬럼프에 빠질 때 나에게 있어 최고의 테라피는 내가 쓴 일기를 읽는 것이었다. 예전에 쓴 기록을 통해 그 당시 겪었던 어려움에 어떻게 반응했고 그 시간, 감정, 상황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소설 읽듯 본다. 공감하며 읽다가 나중엔 묵묵히 지금까지 진화에 가까운 성장을 이뤄온 글쓴이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그의 편에 서게 된다. 독자의 애정 어린 응원은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 빛줄기 하나 보이지 않던 강물에서 마침내 빠져나와 기대했던 바와 아주 다른 "부족한 어른"인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고 온 힘을 다해 다시 살아보자 하며 외칠 수 있게 된다. 

4. 나가며  


 외국에 나와사는 사람들에게는 한국을 떠나 사는 확실한 이유와 목적이 필요한 것 같다. 나고 자란 곳을 떠나 다른 언어, 문화, 사회시스템, 사고방식을 가진 나라에서 사는 동안 항상 쉽고 신나기만 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만 지냈다면 모르고 지나쳤을 슬픔과 고통이 홀연히 찾아올 때 이를 외면하고 감정을 켜켜이 쌓아두는 대신 담담히 마주할 용기를 키워내야 고개를 넘을 수 있다. 너무 쉽게 생각하지는 말되 저 사람도 했는데 나는 왜 못해 정도의 자신감은 부디 챙기시고 스스로를 꽃피우는 유학 생활 보내실 수 있길. 유학을 계획하고 계신다면 신중하게 다각도로 숙고하고 결정을 내리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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