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학에서 친구 사귀는 방법
"나 외국인인데,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이 드는 분이 있다면, 너무 당연한 고민을 하고 계신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첫학기 시작을 얼마 앞두지 않고 나 또한 같은 고민을 했다. 외국인은 전체 정원의 5% 밖에 되지 않고, 독일 학생들과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차이 뿐 아니라 너무나도 다른 삶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 갑자기 소수자가 되어버린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우리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시선, 편견 등으로 인해 위축되기 쉽다. 그렇다고 "시험만 통과하면 되지"라고 치부하기에 친구는 성공적으로 학업을 마치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독일 대학에서 친구를 사귀었던 나의 경험과 팁을 나눠보려한다.

"내 독일어가 완벽하지 않은데"
첫 학기가 시작하기 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를 여는 학교들이 있다. 여기에 참여하면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시 나는 많은 아이들과 간단한 대화를 했다. 완벽하지 않은 나의 독일어를 기꺼이 들어주고, 나에게 마음 열어주는 사람들이 누군지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학기가 시작되고 나서는 수업시간 전후를 활용해서 옆에 앉았던 아이들을 알아갔다. 상대방을 궁금해하고, 상대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선에서 질문을 하면 독일어가 좀 어눌해도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소통이 항상 언어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진심 어린 경청과 적절한 리액션은 부족한 독일어의 틈을 메운다.
나는 한 번 대화했던 아이들을 다음 날 보면, 항상 웃는 얼굴로 반갑게 인사했다. 내가 독일 애들의 행동과 말을 유심히 관찰하듯, 독일 애들 또한 관심 없어하는 것처럼 보여도 나를 관찰한다. 한국에서 그러하듯, 일관되게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는 상대방의 호감을 이끌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별하는 애들이 있으면 어떻게 하지"
나에게 관심을 가진 친구들도 있었지만, 아시아 사람에 대한 무지와 편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대립하고 직접 싸우기보다 거리를 두고 간접적으로 대응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나를 꺼리고 싫어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대상이 내가 아니어도 어딘가에 본인의 불편함과 분노를 표현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들을 직접 상대하기 보다는 나를 긍정적으로 봐주고 응원하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신기하게도 한 두 학기가 지나자 나를 불편하게 했던 사람들 모두 공부를 그만두거나 학교를 옮기는 등 주변에서 사라졌다.
"언어와 문화 차이 때문에 관계맺기 어려울 것 같아"
한국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우리와 독일에서 나고 자란 이들 사이에 문화 차이가 있는 건 당연하다. 오랜 시간 체류한다고 해도, 이곳의 언어와 문화가 우리의 것을 대체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언어와 문화의 간극과 상관없이 상대방에 대한 나의 호감을 표현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법이 존재한다. 시험 전에 응원 문자를 보내거나, 초대를 받으면 기쁘게 응하고, 도움을 받으면 고마움을 표현하거나 생일을 잊지 않고 축하해주고, 상대방의 작은 변화와 좋은 점을 알아주고 긍정하는 데는 문화차이가 걸림이 되지 않는다. 대화를 통해 말로 다 못 전한 부분이 있다면 편지나 톡을 활용할 수 있다.
한편 모르는 것을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참여한 모임이나 그룹의 분위기를 읽고,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과 단어를 따라한다면 타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여러 사람 앞에서 의견을 말하고자 할 때, 검지 손가락을 펴고 팔을 머리가 있는 위치보다 살짝 높이 든다.)
"우리 모두는 이미 준전문가"
우리 모두는 지금까지 살면서 친구를 사귀어 본 경험이 있다. 독일, 그리고 대학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친구를 사귀는 과정과 방법도 우리가 경험했던 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해지고싶어하는 사람들은 여기에도 분명히 있다. 적극적인 태도와 상대방에 대한 배려, 호기심, 그리고 오픈마인드로 마음이 잘 맞는 친구들을 사귀어, 약대공부를 좀 더 수월하게 할 뿐만 아니라 관계의 풍요로움도 누리는 대학생활 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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