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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약대공부

독일 약대 공부, 나도 할 수 있을까?

독일 약대 공부, 나도 할 수 있을까?

  Photo by JESHOOTS.COM on Unsplash


일단 '그렇다', '가능하다'라는 긍정적인 답변을 드리고 싶다.
독일어를 대부분 한국에서 배우거나, 고등학교 때 과학을 배우지 않는 사람도본인이 노력하면 얼마든지 약대 공부를 해낼 수 있다.

해낼 수 있는 이유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Pharmazie ist 'ne Fleißarbeit"
일단 약대공부도 대학교 과정이기 때문에,
성실함적극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언어와 과학 기본지식의 부족함을 극복할 수 있다.

1학기 때, 일반화학을 공부하면서 학교가 요구하는 학습량에 많이 놀랐었다.나의 뇌를 USB에 자료를 차곡차곡 담듯 활용해야 했고,
모국어가 아니고, 심지어 영어도 아닌 제2 외국어로 배우는 새로운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이해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해도 제대로 모르고 있을 때가 많았고, 대 여섯 번 복습해야 마침내 이해가 되는 순간도 종종 찾아왔다.

이론뿐만 아니라 실험을 통과해야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실험실에서 하는 실습을 소홀히 할 수 없는데, 초등학교 졸업 이후 실험을 한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 약대에서 첫 1년 동안 실습을 통과하는 게 이론 공부보다 더 고역이었다.
학기의 3/5 정도는 실습을 하루에 5시간 정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침 8시부터 11시까지 세미나를 듣고, 12시부터 17시까지 실습, 저녁이면 기진맥진 피곤했지만,아침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밤 10시 정도까지 머물다가 집에 와서도 공부했다. 독일인들에게도 빡빡한 일정인데,
수업내용을 반도 이해 못하던 시절에는 자습시간이 부족하게만 느껴졌다.한국에 있을 때 일주일에 하루는 통으로 쉬곤 했는데, 독일 오고서 주말과 휴일에 쉬는 걸 사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새로운 내용을 배우고,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지나가면,혼자서 책으로든 인터넷 동영상을 찾아보든, 친구나 조교에게 물어보든 해서
조금이라도 이해해야 했다.

첫 학기에 타전공의 다양한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많았는데,학기 초에는 유학을 처음 와서 들뜬 마음에 몇 번 놀다가 공부 부담이 가중되면서 초대를 받아도 거절하는 횟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연락이 뜸해지다 보니, 사이가 멀어졌다.
지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전부 약대에서 함께 고생한 전우들이다.'약대 공부하려면 취미가 공부여야 한다'라는 말을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학기가 올라갈수록 (Grundstudium 기준) 과목수가 많아지고, 공부량이 늘어나는 걸 경험하니
화학 기초가 없는 외국인 학생이 취미를 마음껏 즐기며 계속 공부를 해나가기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를 체감하게 되었다.
물론 학기를 Wiederholung 하면 여러모로 부담이 줄겠지만 한 학기 안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로 삼는 사람이라면 독일인이든 외국인이든 공부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둘째, 책 보다 더 나은 인터넷 자료가 있다.
유튜브에 원하는 주제를 검색하면 교수님보다 훨씬 간략하고 쉽게 설명해주는 비디오를 찾을 수 있다. 독일어로 된 자료보다 영어로 된 자료가 더 많아서, 영어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메리트가 있다. 비디오로 개념을 잡고, 강의자료를 보면 이해가 훨씬 빨라진다.
(해부학이나 생리학 같은 의대 과목 같이 암기가 주인 과목은 개인적으로 책이 낫다고 생각함)

셋째,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미 극복한 외국인 학생들이 있다.
독일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윗 학기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보통 외국인 학생은 기숙사에 많이 살아서 동선이 겹칠 때가 있다. 자주 마주치고 인사를 나누다보니 어느새 친해졌다. 우선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나도 할 수 있다'하며 용기와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내가 만난 친구들이 유독 친절하기도 했지만,.공부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십분 공감해주고, 꿀팁이나 족보 답안지를 아낌없이 제공해주는 등 여러 방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약대 친구들이 많았다.
도저히 이해 안 되는 게 생기거나 모르는게 있어서 답답할 때 바로 물어볼 수 있는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격려와 응원을 받는 느낌이었다.

넷째, 상담을 통해 공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학교 별로 상황이 다르겠지만,.내가 다니는 학교는 1학기 화학 세미나를 가르치쳤던 교수님께서 학생이 요청하면. 상담도 해주시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주셨다 (정식 교수는 아니지만 이미 박사이면서 학교에 머무시는 여자 분이셨다)
하루는 그 교수님이 진행하는 세미나 외 발표수업(참석 여부는 자유)을 정말 1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들 이해하는데 나만 하나도 모르는 것 같아 무척 좌절스러웠지만, 용기 내서 수업 끝나고 교수님께 그 날 배운 내용 몇 개를 여쭤보았고, 설명이 끝나고도 내가 이해못했다는 표정으로 있으니
물어볼 게 더 있으면 약속을 잡자고 하셨다. 그때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공부할 양이 많다고 하니
교수님이 '다 할 수 있어요. 안 믿기죠? 근데 할 수 있어요'라고 하셨다.
그리고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셨다.
세미나 때마다 말을 너무 빨리하셔서 정이 안 가던 교수님이었는데,따로 만나보니 학생을 엄청 격려해주시고 도와주셔서 놀라고 감사했던 경험이 있다. 굳이 교수님이 아니어도 독일 대학 대부분
Studienberatung을 제공하고 있으니,
적극적으로 활용해봐도 좋을 것 같다.

누구나 오를 수 있는 사다리
약대는 과목당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우리학교는 한 학기 3회, 총 6번 시험 볼 수 있음)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투자한다면 충분히 공부를 해낼 수 있다. 치대를 2년 다니다가 온 친구도 공부를 안 하면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 같이 한국에서 문과대학 나온 외국인도 공부하면 붙는 게 약대 시험인 것 같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못 해낼 이유가 없지 않는가?
당신 안에 동기가 분명하다면 항상 마음에서 힘이 솟아오를 것이다.
'어렵겠지, 못할 거야, 나이가 너무 많아..등'
여러가지 이유로 지레 겁먹기보다,
독일에서 약학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
독일에서 외국인약사로 일하며 살고 싶은 이유를 분명히하고 이에 알맞는 준비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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